회사가 만들어준 연금에서 내가 직접 관리하는 노후자산으로
퇴직이 5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요즘 자주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월급이 끊어진 이후의 삶을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연금도 만들었고 투자도 해왔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연금을 지금처럼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생각하고 관리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회사에서 만들어준 개인연금에 돈이 들어갔고, 퇴직연금도 운용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 과거의 계좌를 다시 들여다보려 해도 제 생각에 대한 흔적이나 기록이 전혀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다르게 해보기로 했습니다.
회사가 만들어준 연금
제가 가지고 있는 개인연금 계좌 중 하나는 2010년 이직한 회사의 복지제도를 통해 시작했습니다.
회사와 제가 절반씩 납입하는 방식인데 당시에 저는 연금 운용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냥 적금통장을 회사가 만들어주고 납입액의 절반을 회사가 지원해주는 좋은 제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2018년 겨울 무렵 처음으로 수익률을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정확한 자료는 지금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 확인했던 연평균수익률은 거의 1%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무리 저금리시대라도 너무 낮은 수익률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회사에서 만들어준 보험사의 개인연금 계좌를 이용하고 있었기에 다른 금융회사로 옮겨 운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수익률은 아쉽지만 회사에서 직원들의 노후자산 형성을 함께 지원해준다는 점은 분명히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회사의 지원 대상에 증권사가 추가되면서 처음으로 선택지가 생겼습니다.
2025년 7월, 저는 이 개인연금을 증권사로 옮겼습니다.
그때부터 이 계좌는 제게 다른 의미의 연금이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만들어준 연금에서 내가 직접 관리하는 연금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퇴직연금에도 기록하지 못한 시간이 있다
퇴직연금도 비슷합니다.
예전에 증권사 DC 계좌에서 직접 운용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직하면서 퇴직연금을 다른 금융회사로 옮겨야 했는데,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없었습니다.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모두 매도하고 현금으로 이전해야 했습니다.
전체 계좌로는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일부 ETF는 손실 상태에서 매도해야 했습니다. 괜히 이직을 결정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제는 당시의 기록을 거의 남겨놓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정확한 수익률이 얼마였는지 지금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서는 한 가지 원칙을 지키려고 합니다.
기억은 경험담으로 쓰고, 숫자는 증빙이 있는 것만 쓴다.
과거를 그럴듯한 숫자로 다시 만들어내기보다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은 확인할 수 없다고 기록하려 합니다.
이제 연금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다
예전에는 연금을 먼 미래의 돈이라고 생각하고 쳐다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퇴직이 가까워지면서 연금을 바라보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연금은 더 이상 단순히 계좌 안에 쌓여 있는 돈이 아닙니다.
월급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자산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두 개의 연금계좌를 중심으로 실제 운용 과정을 기록하려고 합니다.
하나는 퇴직까지 자산을 성장시키면서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퇴직연금 DC입니다.
다른 하나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을 만들어보고 싶은 개인연금입니다.
두 계좌의 목적은 다릅니다.
따라서 같은 방식으로 운용할 생각도 없습니다.
수익률만 기록하지 않으려고 한다
투자 기록이라고 하면 보통 수익률부터 떠올립니다.
물론 수익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가 더 중요하게 기록하고 싶은 것은 그 숫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입니다.
어떤 자산을 가지고 있었는지.
왜 샀는지.
왜 팔았는지.
당시 시장은 어떤 상황이었는지.
목표 자산배분과 실제 포트폴리오는 얼마나 달랐는지.
내 판단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그리고 생각이 바뀌었다면 왜 바뀌었는지.
이런 것들을 남겨보려고 합니다.
시장과 경제를 관찰하기 위해 직접 개발하고 있는 Macro Analyzer와 투자 소프트웨어도 이 과정에 함께 등장할 것입니다.
완성된 프로그램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실제 자산을 관리하면서 무엇이 필요했고, 그래서 어떤 도구를 만들게 되었는지 그 과정 자체를 기록하려 합니다.
완성된 포트폴리오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지금 제 연금 포트폴리오는 완성된 상태가 아닙니다.
퇴직연금은 새로운 금융회사로 이전한 뒤 다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중이고, 개인연금 역시 현재 보유자산과 앞으로 만들고 싶은 구조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오히려 그래서 지금부터 기록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 상태에서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잘한 결정만 남기지도 않을 생각입니다.
잘못된 판단도 있을 것이고, 시장이 예상과 전혀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계획했던 자산배분을 다시 수정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까지 기록하려 합니다.
월급 이후의 삶, 지금부터 준비합니다
이 블로그의 첫 화면에는 이런 문장을 적었습니다.
"월급 이후의 삶, 지금부터 준비합니다."
제게 은퇴 준비는 단순히 얼마의 돈을 모으는 문제가 아닙니다.
가지고 있는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배울 것인지, 내가 가진 경험을 어떻게 새로운 일로 연결할 것인지, 그리고 월급이 사라진 이후 어떤 현금흐름을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연금은 그중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실제 운용 과정을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수익률을 자랑하기 위한 기록도 아니고 특정 상품을 추천하기 위한 기록도 아닙니다.
퇴직을 준비하는 한 직장인이 자신의 노후자산을 직접 관리하면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남겨보려 합니다.
몇 년 뒤 이 기록을 다시 읽었을 때 제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퇴직을 준비하시는 누군가에게 또는 시간이 지나 퇴직을 준비하시게 될 누군가에게 이 과정이 작은 참고가 될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예전에는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기록합니다.